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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임상병리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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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 바라는 의료개혁은 『다학제 협업 존중』이다.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6.06.18
조회수
2

차기 정부에 바라는 의료개혁은 『다학제 협업 존중』이다.

의사만 있으면 다 해결되나?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4월 17일에 증원 전 규모인 3천 58명으로 확정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에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임이 확인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실 의대 증원 문제로 생긴 의정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이고 보건의료인으로서 의사 인력 증원과 의료 개혁을 통해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그간의 정부 계획을 믿고 싶었다. 지난 1년 2개월 동안 지루하고 소모적인 의정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극적인 합의라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 의료 개혁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과 세금을 투입한 것에도 참을 수 있었다.
의대 정원 동결의 선제조건인 ‘의대생 전원 복귀’가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교육부가 증원 전 수준으로 정원을 되돌린 것은 국민과 환자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특혜와 배려를 반복하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에 국민과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과연 의료계의 적정인력 확충 문제가 의료기사 직종이었다면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었을까?
정원동결은 의사들이 환자에 대한 진료권에 대한 비뚤어진 믿음을 굳건하게 해주는 단초가 된 것이다. 의대 정원동결이 2026학년도만의 일로 끝나지 않고 의대생 유급 등으로 인한 교육환경을 빌미로 2027·2028·2029학년에 정원동결은 커녕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의사들의 힘의 논리는 언제든지 재생산될 것이다.
의사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가? 의료계에서 ‘명의(名醫)’ 라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 현대의학에서 명팀(team)은 있을지 몰라도 명의는 없다. 어려운 수술일수록 의사 혼자선 안 되고, 어떤 수술이든 집도의 외에도 마취과 의사, 간호사가 있어야 하고 수술 전 검사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의료기사들의 수고가 필요한가? 명의 한 사람이 ‘씻은 듯’ 낫게 해줄 수 있다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의사가 곧 병원이고 의료제도 자체인 것은 아니다. 의사도 제도와 사회의 일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문제 해결은 다학제적 접근이 이뤄져야 함에도 ‘의사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인식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회적 인식은 바꾸어져야 하고 의식은 성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를 대변하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신문기사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입틀막’이란 말이 그것이다. ‘입틀막’은 원래 ‘남의 입을 틀어막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오히려 놀라움과 감탄 등으로 벌어진 입을 자기 손으로 가리는 행동에 대한 애교 섞인 표현으로 주로 쓰였다. 그런데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석상에서 누군가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리는 말을 했을 때 경호원들이 그 발언자의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끌어내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입틀막’은 답답하고 암울한 환경을 이야기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을 대변하는 신조어가 되었다.
임상병리사 역사는 63년차에 접어들었다.
우리 협회는 63년 동안 어떠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어떠한 사회적 반향을 만들었는가?
협회에 속한 회원들은 사회의 일원으로 자기가 속한 곳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었는가?
협회가 무슨 목소리를 내든 회원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는 않았는가?
그런데 이것보다 암울하고 답답한 현상은 다름 아닌 ‘셀프 입틀막’이다. 자기에게 외압이 있기도 전에 미리 자기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스스로를 제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람들 상당수가 ‘입틀막’하는 힘을 가진 권력자들에 기대어 ‘입틀막’하는 권력자들의 시선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발버둥이라도 치는 사람들을 경멸하고 조롱한다는 사실이다.
조직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있는 먹이사슬 같은 권력구조 안에서 무엇이라도 함으로써 개혁해보려고 하는 선의의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언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기의 신념에 매몰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올라올 뿐이다.
협회의 현안 중에 하나인 협회에 속한 세포전문임상병리사와 의사단체인 세포병리학회에 속한 세포병리사들과의 관계를 보면서 답답함에 무기력함을 경험했다.
협회가 가진 문제는 그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걸음, 한걸음 함께 목소리를 내어 외치고 나아갈 때 우리의 목소리도 사회에 큰 반향이 되어 우리의 환경을 변화시킬 것이다.


차기 정부의 의료개혁은 다학제 협업 존중이다.
의료법상 의료인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관련 면허를 획득한 경우 법률이 규정한 업무범위 내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사 등 각 직역에 대해서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로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은 의료법만을 따르는 등 의료기사들에 대한 인력기준제도가 없다.
이러한 보건의료 인력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보건의료 요구(demand)나 필요(need)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인력 정책 및 수급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정책 실패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건의료 인력 정책 수립에 앞서 보건의료 인력의 행태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포괄적인 관리 체계와 심층적이고 섬세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조의 2(정의)에 따르면 “의료기사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의료기사 등의 업무가 전문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치과의사 인력의 의료기사에 대한 업무 지도 방식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시대적 상황이다.
비의료기관인 돌봄의료 현장에서는 의료기사의 업무에 대한 의사·치과의사의 지도를 처방과 의뢰 방식으로 현실성·실효성 있게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사가 대상자의 가정이나 사회복지시설 등 보건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마다 의사·치과의사가 동행하여 의료기사 업무를 지도하기에는 의사 등 인력 공급 한계와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며, 비용 효과 면에서도 불합리하기에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을 통해 지역사회 의료돌봄 보건의료 인력 양성의 적정성 마련이 차기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성 중 하나가 아닐까 감히 단언해본다.

김 기 유 대외협력정책실장


2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