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국가건강검진의 사각 지대, ‘임상병리사 없는 검진기관’ 무엇이 문제인가?
- 작성자
- 최고관리자
- 작성일
- 2026.06.18
- 조회수
- 0
국가건강검진의 사각 지대, ‘임상병리사 없는 검진기관’ 무엇이 문제인가?
■ 국가건강검진의 위상과 제도적 허점
국가건강검진은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사회적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예방의학의 핵심 기틀입니다.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 시행 이후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선진화된 검진 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 뒤에는 검진의 질과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소 조항’이 숨어 있습니다.
현행 「건강검진기본법 시행규칙」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일일평균 검진 인원이 15명 미만인 내원검진기관(의원급)의 경우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존재합니다. 이는 의료 취약지의 접근성을 고려한다는 명목 하에 제정되었으나, 현실에서는 검사의 정확성을 담보할 전문 인력이 배제된 채 검진이 이루어지는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국가가 인증한 기관에서 전문적인 검사를 받는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문가가 부재한 ‘검진의 사각 지대’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은 제도 도입 초기(2007년경) 수검률 저하 등의 이유로 국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수검자의 검진기관 접근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 사안입니다. 이는 건강검진기본법 일반검진기관 지정 기준 제4조 제2항(개정 2012. 3. 7)에 따른 검진기관 개설 요건 확장 과정에서 마련된 것으로, 진단검사 분야에서 임상병리사가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력·장비가 없어도 검진 의사가 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인력 기준입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수검률 저하와 검진기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5인 미만 기관에 대해서는 임상병리사 배치를 예외적으로 면제하는 기준을 두었던 이 조치는 실제로 수검률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이후 수검자 증가와 현장 업무 과중으로 인해 검진 의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무자격 인력이 대신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자료를 보면 전체 일반검진기관 현황 6,550개소 중 의원급이 80.0%(5,216개소)이고 이 중에서도 일평균 15인 미만 기관이 94%(4,908개소)입니다. 특히 이들 일평균 15명 미만 검진기관에서 임상병리사 미고용은 58.2%(2,856개소)를 차지하고 있어 구조적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통계로 본 임상병리사의 전문성과 부재의 위험성
보건복지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국가건강검진 운영 및 관리 실태 점검 결과, 2018~2019년 공단 기획사업 분석에서 ‘부정적’ 처분을 받은 기관 중 일평균 검진 인원 15인 미만 기관이 전체의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소규모 검진기관에서의 질(質) 관리 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정확한 검진 결과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상병리사가 검진 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보조 인력’ 그 이상입니다. 관련 연구 결과(성현호 등, 2020)에 따르면 국가건강검진기관 평가 지침서에서 임상병리 관련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8.3%에 달하며, 일반 건강검진 항목 중 임상병리사 업무와 직결되는 항목은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또한 전체 건강검진 비용 중 임상병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평균 51%에 이릅니다.
이처럼 검진 업무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15인 미만’이라는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전문 인력 배치를 면제하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모순입니다. 임상병리사가 없는 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 등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단순한 행정 위반을 넘어 검체의 채취, 원심분리, 보존 및 이송에 이르는 전처리 과정(Preanalytical phase)의 질적 붕괴로 이어집니다. 검사 오류의 상당수는 이 전처리 단계에서 발생하며, 비전문 인력이 이를 수행할 경우 검체 혼탁, 용혈, 변성 등으로 인해 위음성 또는 위양성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질병의 미진단 또는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간호법 시행령·시행규칙(안)」에서도 채혈 및 검사 업무는 간호사의 업무범위에서 제외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채혈 및 검체의 원심분리·검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무면허자의 업무 금지) 및 「의료법」 제66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 국민 건강권과 제도 개선을 위한 협회의 노력
이에 우리 협회는 2025년 4월 29일 국회에서 민주당 장종태 의원, 협회 임원진,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건강검진기본법 시행규칙」에서 15인 미만 검진기관에 대한 임상병리사 인력 기준 예외 조항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부와 실무 논의를 거쳐 2025년 9월 30일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는 법 개정 문제는 이해단체의 반대가 심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에 단기적으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있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평가 문항 내 임상병리사 유무 항목 상향 조정 및 공단검진기관 찾기 서비스에 임상병리사 유무 조항을 추가하여 임상병리사 고용을 유도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조치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은 아직까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간호법 제정 이후 임상병리사의 고유 업무 범위가 보다 명료해짐에 따라, 협회는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국회 및 보건복지부와의 추가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현재 4월 중에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와의 실무 협의가 예정되어 있으며 협회는 제도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은 협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회원 여러분의 단합된 힘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향후에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