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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임상병리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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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지원법 방문검사 미수행에 따른 실망과 비판을 넘어 협회가 가야 할 길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6.09.10
조회수
32

2024년 3월 26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되고 2026년 3월 27일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면 시행되고 있는 지금, 협회는 병원 담장 너머 지역사회 현장으로 임상병리사의 전문성을 확장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일부는 “법안 작업에서 ‘방문검사’라는 명시적 단어가 반영되지 못했다”며 협회의 성과 부재를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지역보건법에 따른 방문건강관리 전담공무원 제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시점은 2019년 1월 15일이지만 보건의료 전문인력 중 임상병리사가 지역사회 돌봄의 핵심 인력으로 전면 제외되는 과정을 우리는 무력하게 지켜보아야 했다. 똑같은 보건의료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보건사업이 논의될 때마다 임상병리사는 ‘병원 안에서 검사하는 인력’이라는 협소한 프레임에 갇혀 소외당했다.
이러한 역사적 상처가 있기에, 2026년 전국적 본사업 시행을 앞둔 돌봄통합지원법 법안에 ‘방문 검사’라는 명확한 단어가 새겨지기를 그토록 열망했었다. 그러기에 법안 명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집행부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채찍질이며, 우리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완벽히 보장받지 못한 아쉬움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씻을 수 없다.

그러나 거둔 성과마저 무(無)로 돌릴 수는 없다
비록 법률 조문 안에 ‘방문검사’라는 구체적 명칭 사용에 입법적•정치적 한계가 존재했지만, 이것이 결코 “협회의 성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안 제정 추진 과정에서 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수많은 정책 입안자에게 “방문검사 없는 통합돌봄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심어주었다. 입법 과정은 단 한 번의 시도로 모든 요구를 100% 담아낼 수 있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다각적인 직역 간 이해관계와 국가 재정, 법체계의 포괄성이 복잡하게 작동하는 거대한 현장이다. 비록 단어 자체는 포괄적 규정으로 처리되었을지라도, 보건 당국과 의료계 내부에서 “임상병리사의 검체 채취와 현장검사(POCT) 관리가 통합돌봄의 필수 요소”라는 당위성과 공감대를 형성해 낸 것은 지난 2년간 협회가 밤낮없이 발로 뛰며 거둔 귀중한 자산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돌봄의료 현장에서 왜 임상병리사의 ‘데이터 신뢰성 관리’가 필수인가?
현재 통합돌봄 현장의 실상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오늘날 기술 발전으로 현장검사(POCT) 기기들은 점차 간소화•자동화되어 비전문가도 버튼 몇 개로 결과를 출력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 돌봄 현장이나 방문간호 체계에서는 간호사나 기타 인력이 당뇨•고혈압•간 기능 관련 기기를 직접 사용해 검사를 시행하고, 그 수치를 그대로 환자 기록에 반영하는 위험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방문진료와 방문간호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으나, 가장 기초적인 건강 정보를 확보하는 방문검사의 수행 주체와 역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현장에서 직역 간 업무 혼선과 책임 범위의 불명확성을 초래하고, 수가 체계 부재와 함께 서비스의 질 편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혈당, 당화혈색소(HbA1c), 지질 검사, 염증 지표, 신장 기능 등 다양한 검사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시행해 결과를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다면 질병의 약화를 예방하고 적절한 치료 연계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현장검사가 전문인력의 손을 떠날 때, 문제는 커진다.

비전문 인력의 현장 POCT 장비 사용과 정도관리(QC) 부재가 부른 비극
지방의 한 방문돌봄 현장에서 독거노인을 방문한 비전문 보건 인력이 보정(Calibration)과 내부 정도관리(QC)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휴대용 혈당·측정기로 검사를 진행했다. 기기의 보관 온도 오류와 시약 유효기간 미확인으로 인해 환자의 실제 혈당 수치는 250mg/dL의 고혈당 상태였으나, 기기에는 110mg/dL의 정상치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해당 어르신은 적절한 병원 이송과 약물 투여 시기를 놓쳐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응급실에 이송되는 심각한 의료 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정밀한 정도관리가 생략된 검사 결과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병원 내부에서는 엄격한 표준 업무 지침(SOP)과 시약 관리, 일일 내부 정도관리(QC) 및 학회 정도관리를 통해 검사의 신뢰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병원 밖인 지역사회로 나가는 순간, 이러한 품질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임상병리사는 단순히 기기를 조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결과가 임상적으로 타당한지, 오차 요인은 없는지 감시하고 검증하는 ‘데이터 신뢰성 관리자’이다. 지역사회에서 생성되는 모든 진단 데이터의 품질을 임상병리사가 실시간으로 감독하고 승인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돌봄통합지원법에서 확보해야 할 가장 강력하고 명확한 명분이다.

법제화 작업은 단기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인 중장기 작업이다
제도화는 단거리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지난한 마라톤이다. 입법학적으로도 입법 본안은 거대하고 포괄적인 틀만 제시할 뿐, 실질적인 예산과 업무 범위, 수가 구조는 모두 하위 법령(시행령•시행규칙)과 행정규칙, 그리고 지자체 조례에서 결정된다. 시행령•시행규칙 공포 이후 그 세부 내용을 채워 나가는 지금이야말로 시작이다. 협회는 법률 제정 이후의 국면을 맞아 다음과 같은 3대 핵심 정책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방문검사 법적 근거 마련 및 임상병리사 배치 제도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 ‘의사의 지도’ 개념을 ‘의사의 지도 및 처방’으로 개정하고, 돌봄통합지원법 제15조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에 방문검사를 규정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5개년 통합지원 기본계획과 지자체 조례•실행계획 수립 시 방문의료•건강관리 서비스 내 검사 업무는 의료기사법에 의거해 임상병리사가 수행한다는 점을 지침화하고, 시•군•구 전담조직•보건소•재택의료센터에 임상병리사를 필수 보건의료 인력으로 배치하도록 한다.

방문검사 및 POCT 정도관리 수가 신설 추진
방문간호나 방문진료 사업과 연계하여, 임상병리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시행하는 ‘방문 검체 채취 수가’ 및 ‘지역사회 POCT 데이터 관리 수가’가 건강보험 및 통합돌봄 예산에 반영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지자체 시범 사업 선제적 참여 및 모델 창출
전국 16개 시•도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뜻있는 지자체와 ‘임상병리사 참여형 통합돌봄 시범 사업 MOU’를 체결해야 한다. 현장에서 임상병리사가 입증해 내는 정확한 진단 데이터가 어르신들의 재입원을 막고 의료비를 절감한다는 실증적 증거를 쌓아, 정부가 우리를 찾을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한다.

협회는 비판을 넘어 단합된 힘으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성과 부재’라는 자조에 빠져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분열한다면, 그 불로 이익을 얻는 것은 타 직역들과 우리의 전문성을 낮추려는 보건의료 정책당국일 뿐이다. 견고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은 단 한 번의 강력한 결정타가 아니라, 끊임없이 부딪히는 수천수만 번의 찰랑이는 파도다.


바람이 세게 불수록 탑을 더 튼튼하게 쌓아야 하며,
파도가 높을수록 키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