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검사실을 지키는 사람들
- 작성자
- 최고관리자
- 작성일
- 2026.06.18
- 조회수
- 10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검사실을 지키는 사람들
인천광역시의료원 백령병원 임상병리사 이영훈·정현지 회원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는 기상과 해상 상황에 따라 하루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곳이다. 배편과 항공편 일정이 바뀌면 물품 수급부터 환자 이송, 수탁검사 일정까지 의료 현장의 여러 요소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인천광역시임상병리사회는 이러한 도서지역 의료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검사실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임상병리사들을 격려하고자 백령도를 방문했다. 협회는 서북단 최전방에서 근무하며 지역 의료를 지탱해 온 회원들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여했고, 이두익 분원장과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을 살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도서지역이라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검사실을 책임감 있게 운영해 온 이들의 헌신이 지역 의료의 중요한 기반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백령병원 검사실은 응급상황과 일상 진료 모두에 차질이 없도록 365일 상시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지역 의료를 지탱하고 있다. 그 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유이(有二)의 임상병리사, 이영훈, 정현지 회원을 만났다.
두 회원이 백령도에 오게 된 계기는 다르다. 이영훈 회원은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도서지역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협회에서 도서지역 병원을 직접 찾아와 현장을 살피고 격려해 준 경험도 근무에 대한 보람을 더해주었다고 했다. 정현지 회원은 개인적 배경을 들려줬다. 해병대 복무 시절 백령도에서 근무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서해 최북단이라는 환경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결합해 지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출발이었지만 ‘섬 지역에서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에 기여하고 싶었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백령도에서 임상병리사의 역할은 일반 지역과 다르다. 응급실을 운영하는 백령병원에서는 검사 결과가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검사실은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한다. 이영훈 회원은 “응급 상황에서는 검사 결과의 정확성과 신속성이 생명과 직접 연결된다”고 말했고, 정현지 회원도 “섬에는 다른 병원이 없기 때문에 검사 하나가 의사의 진단과 치료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도서지역이라는 특성은 예상보다 더 많은 제약을 만들어낸다. 기상 악화로 배편이 멈추면 물품 수급이 중단된다. 최근 독감이 빠르게 번진 날, 인플루엔자 검사키트 100개가 하루 만에 소진돼 군부대 비축분을 받아 검사했던 경험은 이영훈 회원에게도 큰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장비 고장도 큰 부담이다. 정현지 회원은 “장비 엔지니어가 즉시 방문하기 어려워 검사 공백 위험이 높기 때문에 평소의 유지·보수와 예비 부품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후송이 기상 악화로 중단되는 상황에서는 의료진도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며, “이송이 막혀 환자를 떠나지 못하게 될 때가 가장 마음이 무거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백령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면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영훈 회원은 낚시를 취미로 즐기며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던 시간을 이야기했고, 정현지 회원은 하늬해변에서 점박이물범을 직접 보고 뒤편으로 북한 땅이 보이는 독특한 풍경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곧 백령도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따뜻한 관심도 두 사람에게 큰 힘이 된다. 농번기에 도움을 드리면 김장, 쌀, 감자, 해산물 등을 챙겨주는 주민들, 병원 직원이라며 음식을 넉넉하게 내어주는 식당 사장님 등 이런 일상적 교류는 두 회원이 섬 생활을 버티게 만드는 조용한 에너지로 작용한다.
도서지역에서는 임상병리사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영훈 회원은 5년 전 있었던 응급 수혈 상황을 떠올렸다. 이영훈 회원은 “대량의 O형 혈액이 필요했는데, 해병대와 주민들이 연락 즉시 헌혈에 참여해 단시간에 60유닛이 확보됐습니다. 밤새 검사하고 수혈을 준비하는 과정이 고되긴 했지만, 주민들의 협조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현지 회원은 수탁검사 운영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수탁업체 직원이 직접 방문할 수 없어 검체를 검사실에서 배편으로 보내야 하며, 기상에 따라 검사 접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검체 안정성, 기상, 운항 여부까지 모두 고려해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 도서지역 임상병리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두 회원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경험’이었다. 이영훈 회원은 검사기기 고장 시 직접 대체 부품을 만들어 해결했던 사례를 들며 도서지역에서는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곧 기술이라고 말했다. 정현지 회원은 “섬에서는 검사 하나가 진료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어 정확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두 회원은 후배 임상병리사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이영훈 회원은 “전문 지식과 의료진과의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자격증과 AI 관련 역량을 꾸준히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현지 회원은 “임상병리사는 기술자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지키는 의료인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직업적 자부심을 강조했다.
백령도에서 근무하는 두 임상병리사의 이야기는 도서지역 의료가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는지를 보여준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검사 결과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담아 지역 주민과 군 장병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묵묵히 최전선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한편, 협회가 백령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병원에서는 EBS 의학 다큐멘터리 <명의> 촬영팀이 이두익 분원장과 백령병원을 취재하고 있었다. 해당 내용은 12월 26일 금요일 오후 10시 방송될 예정으로, 도서지역 공공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TV를 통해 조명될 전망이다.
2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