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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임상병리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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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혈은 임상병리사의 업무다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6.06.18
조회수
44

채혈은 임상병리사의 업무다
현장을 지키는 임상병리사 선후배님들께


28대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사업부회장 최 병 호


학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첫 직장에 입사해서 긴장하며 처음으로 배웠던 업무는 채혈, 이른 새벽 병동채혈을 위해 일찍 일어나 병원으로 서둘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병원에 도착한 후 의뢰된 검사 처방전(옛날에는)을 확인하고 준비한 용기와 주사기 등을 담은 채혈전용 바구니를 들고 응급실, 중환자실, 신생아실, 병실로 날아다니며 검사 처방이 의뢰된 환자를 정확히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잠에서 덜 깬 환자에게 인사하며 채혈을 했던 기억을 꺼내봅니다.

“채혈은 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일까?”


현장에서 채혈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다양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업무 부담, 환자 응대의 긴장감, 반복되는 과정 속 피로감까지 고려하면 “이 일이 꼭 우리 몫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고민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채혈은 결코 가벼운 업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업무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상병리사는 검체 채취부터 분석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유일한 전문 인력입니다.

채혈이 검사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직역이기도 합니다.

특히 의료기관 내에서 검사 전 과정에 대한 품질관리와 책임을 담당하는 직군입니다.
채혈은 단순한 주사 행위가 아닙니다. 검사 결과의 정확도를 결정하는 첫 단계이며, 이후 모든 진단의 출발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재검사, 검사 소요 시간 지연, 임상 의료진과의 마찰, 환자 불신 등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그 부담은 다시 검사실 현장으로 돌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직군 간의 업무 분장의 논의가 아니라, 각 직군이 가장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채혈을 누가 하느냐는 임상병리사의 존재 가치와 연결된 문제라는 점입니다.
임상병리사는 정확한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검사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그 시작점인 채혈이 다른 직군에 의해 수행되거나, 병원마다 임의로 나뉘는 구조라면 우리의 전문성은 존중받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업무 부담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을 전제로 하는 직역 전체의 구조 문제입니다.

채혈이 “힘든 일”이기 때문에 회피해야 할 업무라면, 결국 그 업무는 다른 직군과 함께하거나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입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채혈을 임상병리사의 업무로 명확히 정리하는 것은 우리에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전문성의 완성입니다.
검체 채취부터 분석까지 모든 과정을 우리가 책임질 때, 임상병리사는 진정한 검사 전문가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둘째, 직업의 지속성 확보입니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 인공지능 기반 진단 기술의 도입과 자동화가 검사 영역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상황에서, 단순 분석 업무만으로는 직업의 영역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혈을 포함한 전체 과정의 책임자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의 역할은 오히려 강화됩니다.


물론 채혈이 쉽지 않은 업무라는 점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업무를 다른 직군에 맡기기보다는, 우리의 전문 영역 안에서 관리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지켜야 할 영역”이라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채혈을 임상병리사의 업무로 명확히 하는 것은 임상병리사의 업무 부담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직역이 핵심 역할로 자리 잡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임상병리사의 존재 가치는 달라질 것입니다. 채혈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이는 업무 부담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채혈 업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는 결국 임상병리사의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결국, 우리에게 가장 가치 있게 돌아올 영역일 것입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글의 의미를 마음속에 되새겨봅니다.


‘현재가 미래를 도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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